잡문

감명으로 물든 산책길을 돌아보며

헤스톤 2023. 8. 10. 21:10

 

 

"장상헌과 함께하는 역사산책" 개정판을 읽고 느낀 소감을 간략하게 나열해 봅니다.

 

 

감명으로 물든 산책길을 돌아보며

                                    

                                                                                                                                                        박 형 순 (시인, 수필가)

 

우선 "장상헌"이라는 저자를 생각하면 성실, 따뜻함, 배려, 솔선수범, 박학다식 등의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와는 IBK 기업은행 입행동기이지만, 동기들 중 언제나 앞선 길을 걸으며 모범을 보였기에 동기들이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입행 동기들뿐만 아니고, 약 30년을 근무하는 동안 타고난 성실함과 열정 등으로 선배님들로부터는 사랑을, 후배님들로부터는 존경을 받으며 지내왔음은 많은 동우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퇴직 후에도 인문학에 관심있는 동우들을 선발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는 IBK 인문학당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후배들이나 고교생들에게 교육하며 지내는 것에 대하여도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산책의 내용을 보면 곳곳에서 저자의 열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다. 100가지의 독립된 스토리를 밀도있게 표현한 글들은 단순히 지나온 과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역작으로 양식의 높이를 크게 올려준다. 즉,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본질만을 뽑아 정제된 표현으로 이루어진 글들은 단순히 흥미만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고, 교훈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때 여성은 골프를 칠 수 없었다"거나 "한때 남성은 우산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재미있는 글들이 앞부분에 있지만, 은행원 출신답게 "돈" 이야기부터 꺼내보고자 한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돈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한 것도 없으리라. 그런데 이러한 돈도 항상 이중성이 있는 것이다. 가장 선하면서도 가장 악한 것이 바로 돈이다. 잘 쓰면 훌륭한 일이 되지만 잘 못 쓰면 정말 사악한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러한 돈을 좋아하고 열광을 할까? 이는 생활의 기반이기도 하지만 돈의 영향력과 소지의 간편함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은행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소산이다. 

- 제16화 돈의 이중성(부분)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속물처럼 보여서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우리들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 돈이 모든 활동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어쩌면 돈은 이제 공기나 물과 같이 우리가 존재하는데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돈은 인간 욕망의 한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는 글에서 돈의 이중성을 말하며 돈에 지배당하지 말자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유비무환, 청렴과 정의, 창의적 사고, 신뢰의 아이콘 등 수많은 훌륭한 사상과 정신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러한 장군의 사상을 받치는 밑바탕 정신은 바로 사랑과 정신이 아닌가 한다. 그야말로 백성, 부하, 가족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정신인 것이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백성이 한다는 신념하에 자기 자신의 앞날도 전혀 알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고 이들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였던 것이다.

- 제22화 이순신 장군의 사랑과 정성(부분)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이지만, 사랑과 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저자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저자는 오래전 동기들 모임에서 "동사무소"라는 구호를 외치곤 하였다. "동기들을 사랑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하면서  "동"에는 동기뿐만 아니고, 동창이나 동무도 있고 동생, 동서, 동족, 동호인, 동지, 동우 등이 있다고 하였다. 은행에 근무할 때도 동기들을 사랑함이 몸에 밴 탓으로 그늘에 있는 동기들을 위하는 마음이 따뜻하였지만, 퇴직 후 만남을 거듭하면서 그의 사랑과 정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현명한 사람은 보탬을 추구하기보다 제거함을 추구한다. '무엇을 채울까'를 생각하기 앞서, '무엇을 비울까'를 생각하자. 어떤 장점을 갖출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어떤 단점을 없앨까를 궁리하자.

또한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한 돈이라는 것도 쓰고 비울 때 그 가치가 드러나지, 그대로 쌓아두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나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제43화 채우기보다 비워야 현명하다(부분)

 

불가에서는 세상의 어떤 선행이나 업적도 空心(공심)없이 행한다면 제 욕심을 채우는 업보의 진행일 뿐 수행자의 자비심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마음을 비우는 것(공심)이 가능한지에 대하여는 의심이 든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아마 보통사람의 입장에서는 죽어야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라도 공심은 힘들겠지만 욕망이나 욕심을 줄이고, 베푸는 삶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돈이라는 것도 쓰고 비울 때 가치가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 베푸는 삶을 보이는 저자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류성룡에 의한 이순신의 발탁은 향후 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바꾼 탁월한 발탁이 되었고, 이외에도 류성룡은 '增損戰守方略(증손전수방략)'이라는 병서를 이순신에게 보내 전투에 활용케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같이 바다에서 이순신의 활약과 조정에서 류성룡의 전쟁 컨트롤타워로써의 충실한 수행이 결과적으로 이 나라를 지켜내게 되는 것이다. 이후 묘하게도 1598. 11. 19일 같은 날 류성룡은 영의정에서 파직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전사함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였던 것이다.

-제47화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부분)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곤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인생길이 순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험한 길에서 어떤 이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개인뿐만 아니고 나라의 역사와 운명이 바뀌어지기도 한다. 

순탄하지 못한 인생길에서 마음에 맞는 이와 동행한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에 있는 것처럼 위대한 만남이라도 언젠가는 이별을 할 것이다. 저자도 그렇지만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나이를 훌쩍 넘기면서 예전보다 점점 이별이 많아지고 있다. 누구라도 언젠가 있을 그 이별을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이별을 하기 전까지 계속 손잡고 걸어간다면 서로 간에 큰 즐거움과 의지가 되리라고 본다.

 

총 100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흥미있는 내용도 있고, 정말 명문이기에 읽고 또 읽어보며 감탄하면서 슬퍼지기도 하는 '三國志 序詩'(제72화) 같은 글들도 있다. 

살아가는데 지침이 되는 주옥같은 글들이 알알이 박혀있어 단숨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기억하는 것도 너무 많고, 아는 것도 너무 많아 즐거움으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런 것처럼 누구라도 이 책을 만나면 기쁨과 유익함으로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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