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열끗보다는 껍데기로 살아라

헤스톤 2015. 6. 18. 09:02

 

 

 

 

껍데기로 살아라

 

 

광(光)이 못 될 바엔 

열끗짜리의 삶이라도 살으라고

동네 어른도 그랬고

선생님도 그랬지만

미래를 볼 줄 모르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이다

제일 형편없는 인생이 바로

열끗짜리이고 망통 인생이다 

그야말로 열끗짜리의 삶은

형편없는 삶이

멍텅구리로 점수를 낸다는 것은

정말 멍청이나 할 짓이다

 

광(光)같은 인생을 못 살 바엔

차라리 껍데기로 살아라

열끗짜리로 사는 것보다는  

껍데기로 사는 것이 편하다

비는 쌍피도 있고

구 국진 열은 쌍피로도 친다

껍데기를 우습게 여기다가

피박쓰는 인생 여럿 봤다

껍데기만 가져가는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열끗보다는 껍데기가 낫다

열끗 정도의 삶이라도 살으라고

그런 말 하지 마라

열끗짜리 인생들에게 물어봐라

좋냐고 물어봐라

바로 밑의 동생인 

띠만도 못한 삶이다

부모가 원하고

어른들이 원했다고

그들을 원망할까

시대를 탓할까

열끗짜리를 쥐고 있다면

이제는 막 던지면서 살아라

차라리 그것이 편하다

버릴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비풍초육구팔로 던져라

매화에 꾀꼬리 울고

벚꽃에 두견새가 울며

공산에 기러기가 나는

고도리라도 하게 된다면

대박이겠지만

비도리의 제비나

단풍의 사슴이나

난초의 나무는 막 던져라

목단의 나비나

홍싸리의 멧돼지도 막 던져라

국화의 술잔은 술이 떨어질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별 볼 일 없는 인생

열끗짜리로 사느니

차라리 껍데기로 살아라

 

 

* 어느 날 산에 올라 여기저기 생채기가 많이 난 상수리 나무를 보았다.

  주변의 못 생긴 나무나 잡풀보다도 훨씬 많은 상처를 받았을 그 나무를 보았다. 

  왠지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았고 그 나무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굵기나 높이로 보아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광(光) 근처 까지는 가지도 못했고 갈 수도 없는 그 나무를 보면서 화투의 열끗짜리가 떠올랐다.

  비풍초육구팔의 열끗짜리들이 떠올랐다.

  가뭄으로 목이 탄다는 그 나무에게 가지고 간 물을 뿌렸다. 넋두리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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