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홍석원 兄을 보내며

헤스톤 2022. 6. 13. 09:00

 

 

아니 이렇게 빨리 가시다니..

무엇이 그토록 급했단 말입니까..

부고 소식에 눈물이 맺힌다.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그동안 무슨 투병생활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황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이도 아직 칠십 전으로 많지도 않은 나이인데, 그렇게 빨리 세상을 버리다니..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너무 슬프다. 계단에서 넘어진 사고로 이렇게 가신다는 것이 정말 말이 되는 것인가. 

 

나는 지난 일요일 초등 동창 모임에 가고 있는 중이었다.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고, 죽음 직전에서 겨우 목숨만 건진 어느 동창의 병 문안을 가는 길이었다. 그 동창은 약 2년 전 포클레인을 타고 올라가 나무 전지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혼수상태에 있었다. 하반신이 완전 마비되어 죽을 때까지 걸을 수 없게 된 친구이다. 그동안 코로나 등으로 면회는커녕 연락도 잘 안된 상태로 지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몇몇 동창들이 의견을 모아 안산의 산재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그 동창에게 위로금도 전달하면서 얼굴을 보기 위함이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이 죽음보다도 못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어쩌면 인간 모두가 삶과 죽음의 담벼락을 걷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평생을 걷지도 못하고 불구로 살아야 하는 친구를 보러 가는 길은 결코 유쾌하지 못했다. 자식들은 다 분가시켜 홀가분하기도 하겠지만, 마누라와 이혼한 후 혼자 쓸쓸히 사는 그 친구의 운명도 참 서글프다는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핸드폰에 시선을 두며 가는 중에 은행 퇴직 동우회로부터 부고 문자 메시지기 뜬다.

 

눈에 익은 이름을 넘어 정겨운 이름이다. 그의 부모나 장인, 장모관련 상이라 여기고, 계속 보던 서예관련 동영상을 보며 몇 정거장을 그렇게 지나쳤다. 그리고 부고 메시지를 다시 확인해보니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洪錫元(홍석원), 석원 형 본인 상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멍해진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돈다. 

 

석원 형!

이렇게 가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입니까?

기업은행 군자동 지점 대리로 발령받아 형을 만난 지 어언 32년, 나는 대부담당 대리로 형은 외환담당 대리로 지내며 퇴근을 같이 하면서 장안동 일대를 휘젓고 다닌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은행 내에서 제일 친한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당시 서로를 지목하기도 했지요. 

은행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여 가는 곳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형이 부러운 적도 있었습니다. 공모를 통하여 지점장도 일찍 나갔고, 급수도 승승장구하여 은행 내에선 보기 드문 1급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였으며, 행내에서 나름 큰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우리의 인연은 퇴직 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간혹 만나 골프를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좋은 시간들을 가졌던 수많은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최근 코로나로 만남이 뜸해지긴 했어도 언제나 가까운 곳에 계시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였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가시다니, 이렇게 가시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가게 되어 있지만, 이렇게 빨리 가신 것이 못내 아쉽고 많이 슬픕니다.

잘 가시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자리를 잘 잡고 있으라는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지난 시절, 고마웠습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 글은 지난 2022. 5. 31. 홍석원 형의 발인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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