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39

헤스톤 2025. 4. 7. 07:40

 

 

 

39. 메일 폭풍

 

오 상무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어김없이 수많은 메일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협력업체들로부터 대금을 결제해 달라는 메일들로 협박성이 대부분이다. 대금 결제를 요구하는 이런 종류의 메일은 매일매일 넘쳐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았다면 약 6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 읍소형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협박하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거의 모두가 돈과 관련된 것으로 처리해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런 메일을 읽을 때마다 오 상무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오는 메일도 최근 들어 엄청나게 증가했다. 당연히 생산 관련 부서와 해외법인들로부터 자재를 빨리 보내달라는 메일이 대부분이다. 그 내용들을 보면 급하지 않은 곳이 없다. 거의 모든 생산 라인에서 아우성이다.

 

그리고 그 외에 구매부문과 직접 관련없는 문서들도 많다. 오 상무는 구매와 관련되지 않은 문서는 거의 읽어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의 임원이 보낸 메일은 무시할 수가 없다. 임원 회의 등에서 거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상무가 받은 메일 중에서 최근 품질부문장을 맡은 전수환 이사의 "출장복명서" 형식의 메일이 있기에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이사가 필리핀 공장에 출장을 가서 보낸 메일이다. 이 메일은 곧바로 허 회장과 천 부회장 사이를 더욱 멀아지게 하는 폭풍을 몰고 왔다. 

 

그 메일의 내용은 허 회장이나 회사의 임원들이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지난 구조조정으로 공석인 생산부문장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천 부회장은 임원회의나 허 회장과 독대시, 국내 및 모든 해외 법인에서 언제나 불량률이 5% 미만이라고 말했었다. 따라서 허 회장은 물론이고, 다른 임원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전 이사의 복명서는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우선 수신인은 천태운 대표이사 부회장이고, 참조로 받는 사람은 부장급 이상 직원들이며 내용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었다.

 

부회장님 출장 보고 드립니다.

먼저 블랙 테이프 자동기계는 LM 스크류 휨 고장으로 위치 재현성이 나오지 않아 본사에서 부품 수배 중에 있습니다.

지난 4월까지의 data를 보면 메인 머신(Main Machine)에서 42%의 불량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후가공에서 13%, 금도금 등 기타에서 6%의 불량입니다. 따라서 매출로 이어지는 정품은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메인 머신 불량을 보면 메인 머신의 피치불량이 주류이며 터무니없는 이음매로 이중핀의 불량과 보강판의 위치 유동으로 쉴드 등이 보강판에 올라타는 등 쉴드류 위치 불량과 이 불량으로 자동합지 공정으로 가지 못하는 바, 대다수가 롤 품질 불량입니다.

기계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전문적인 용어가 섞여있어 관련자가 아니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불량으로 정품 매출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 상무가 이 메일을 보고 있는데, 허 회장이 오 상무의 방으로 불쑥 들어온다.

"오 상무~ 내가 방금 전에 천 부회장을 만나고 왔는데, 가장 큰 매출처인 S전자의 주문도 되살아나고, 무엇보다 협력업체들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 등, 회사에 좋은 징조가 보인다고 하더군. 그러하니 오 상무도 나갈 생각 하지 말고 좀 더 근무하면서 회사를 정상화시키는데 힘을 보태주었으면 해요."

허 회장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여전히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듯하여 오 상무는 자신의 의사를 정중하게 다시 표현했다.  

"회장님~ 제가 그동안 추진한 주자재 결제 시스템을 마무리 짓는 대로 그만둘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어야 1개월 이내이니 그리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지금부터 2개월을 근무하는 것으로 하고, 천 부회장 말대로 회사가 살아나면 오 상무의 사의 표현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

 

오 상무는 허 회장이 좀 더 현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방금 전에 받은 전 이사의 메일 내용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님~ 방금 전에 품질의 전 이사가 필리핀에서 보낸 메일이 있는데, 회장님은 수신인에 없기 때문에 보시지 못했겠지만, 천 부회장의 말과는 완전 다릅니다. 지금 이 상태의 생산으로는 만들수록 적자만 더 커질 뿐입니다."

오 상무는 자신의 컴퓨터를 허 회장이 잘 볼 수 있게 돌려주면서 메일을 읽게 해 주었다. 그 내용을 보는 허 회장의 낯빛이 변했다. 울그락불그락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바로 오 상무 방을 나가면서 어느 직원을 향해 천 부회장을 당장 회장실로 오라고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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