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노래
가을은 그림이다
다른 계절도 좋지만
가을이야말로 시어(詩語)이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갈아입고
사랑을 뿌리는 가을에
시 한편 건지지 못하면
시인도 아니다
곱게 감싼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알곡들로
가슴 찡한 가을이 되면
나비도 그림을 그리고
잠자리도 노래를 부른다
가을이 늙어가면
친구들도 하나 둘 사라진다
나무들이 옷을 벗고
가을과 이별하면 사랑도 간다
가을이 석양으로 물들어 갈 때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시인은 비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