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사카 여행기(중)

헤스톤 2017. 6. 10. 21:19


오사카 도착 둘째 날이 밝았다. 요일상으로는 월요일인 탓으로 바쁘게 출근하고 있는 오사카의 직장인들이

보였고, 우리 일행도 마치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처럼 서둘러 천년고도의 역사가 흐르는 문화

유적의 도시 교토(京都)로 이동하였다. 어제 가이드가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중에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중 2가지가 안 보인다고 말한 것 같다. 마을마다 십자가(교회)가 없고, 산에는 무덤들이 안 보인다

것이다. 아마 대표적인 것을 말한 것으로 보이며, 안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잘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교토로 가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이날 처음 가본 곳은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이다. 청수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물이 맑은 절'이라고 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의 이음쇄를 이용하여 지었다는

멋있는 절로 주건물 일부가 보수공사중이고 월요일임에도 유명한 관광지인 탓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교토여행에서 청수사는 빠질 수 없는 곳이고, 청수사에 왔으면 약수는 꼭 마시고 가야 한다. 일단 절 이름이

맑은 물을 의미하고 있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물이 관광객들로 하여금 긴 줄을 서게 만든다. 세 줄기에서

약수가 힘차게 내리고 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왼쪽부터 건강, 학업, 인연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건강, 지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일행들도 남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물을 받아 먹었다. 물을 받아 먹는

막대의 물컵들이 여러 개 구비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 줄기의 물을 차례로 한번씩 다 받아서

먹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에 보니 어떤 일본인 할머니는 건강을 의미하는 물만 두번 받아서 몸 이곳

저곳에 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청수사에서는 전날의 동대사에서와 다르게 단체사진도 찍고, 부부끼리 사진도 찍으며 그렇게 보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잘 찍는 사람이 일행중에 있었다면 그 사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좋은 사진이 많이 있었을텐데

어쩔 수 없다. 내려오면서는 빙과류 가게에 들러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 것도 기억에 남는다.



어찌보면 패키지는 자유여행과 다르게 왠지 마음이 바쁘다. 일행 모두가 같이 행동해야 하고, 정해진 일정을

전부 소화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이곳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정도로만

경험하고, 함께 한 사람들과 무엇을 하며 지냈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디로 이동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다리에 힘 빠지면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여행은 걷는

것이다. 우리 버스 일행중 허리가 많이 꼬부라진 할머니(아마 딸이 어머니 모시고 효도관광을 온 듯함)가 있었

는데, 남들 피해 안 주려고 버스에서 멀리 가지는 않으시는 것 같았다. 


교토는 볼 것이 많은 도시이다. 하루에 다 볼 수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청수사에서 나와 교토의 명물이라는

기온거리를 관광하였다. 옛날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고 어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곳이었다.




기온거리를 관광한 이후에는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한 아라시야마로 이동하였다. 굵은

대나무숲으로 우거진 곳이었다.


누군가가 말하길 우리나라의 담양 대나무숲도 이 정도는 된다고 하는데 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이곳의 

전깃줄들이 좀 거슬린다.


이곳에 있는 신사(神社)에서 우리부부는 가이드가 하라는대로 5엔짜리 동전을 통에 넣고 종을 두번 울린 다음 

손뼉을 두번치고 소원을 빌었다. 사랑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5엔(고엔)은 일본어의 인연이라는

뜻과 같은 음이기 때문에 5엔짜리 동전을 넣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는 집사람과 오래도록 서로 사랑

하며 지내길 기도드렸는데, 집사람은 무엇을 빌었을까? 남편보다 자식이라고 아들녀석이 빨리 인연을 찾아

결혼하길 빌었을까? 


어쨌거나 이곳은 이름값을 하고 있는 곳으로 건강과 지혜, 사랑이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부부나 연인들이 대화를 나누며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라시야마에서 나와 '토게쯔교(渡月橋)'라는 다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름대로라면 '달이 건너간 다리'

이다. 얼마나 주변 경치가 멋있으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를 생각하며 다리위를 걸었다.



다리 위에서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주변의 산을 포함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일본의 영화나

드리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다리라고 한다. 달(月)도 감탄하며 건너는 다리인지라 시(詩) 한수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 펜을 꺼내 끄적이는데, 집사람이 이런 경치는 우리나라 강원도나 충북 진천만 가도 있다고 하는 바람에

좋은 시구(詩句)가 떠오려다가 쏙 들어가고 말았다.

아마 달을 좋아한 이백(李白)이 이곳에 왔다면 술 한잔 하면서 "너는 무슨 맘으로 이곳을 건넜느냐"고 달에게

물어봤을 것 같다.  





내가 여행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기에 당시 끄적거렸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옮겨 본다. 


渡月橋에서


달님은 이 다리를 건널 때 무엇을 보았을까

왼쪽을 보았을까 오른쪽을 보았을까

과거를 보았을까 미래를 보았을까

눈을 뜨고 보았을까 눈을 감고 보았을까

갈 길이 멀다고 바쁜 척하던 바람도

이곳에선 쨍쨍한 햇볕을 칭칭 감고

잠시 숨을 멈춘다


달님이 다리를 건너는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순간이었을까 무량겁이었을까 

바람은 얼마나 오래 생각을 묶어 놓아야

달님의 흔적이라도 볼 수 있을까

삼십년이 넘도록 달은커녕

별 하나도 못 갖다 준 반려자

그 입술에 아이스크림이나 묻히며

앞날을 물위에 그린다


오사카로 다시 돌아왔고 호텔 근처 술집으로 가서 맥주를 한잔씩 하며 가가대소하였다. 이렇게 둘째 날도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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