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친구아들의 죽음

헤스톤 2013. 12. 6. 18:16

 

 

 

 

 

친구아들이 죽은지 1주일이 지났다. 지난 주 집사람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너무 슬펐다. 졸지에 당한 친구부부의 황당한 모습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살면서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살지만, 자식을 앞세운다는 것은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는 자살한 유명 연예인과 연관지어 마치 그 사람의 영향인 것처럼 되어있다. 그 사람과 많은 시간 일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사를 몇건 뒤적거려 보았다. 최진실의 마지막 매니저 박모씨 자살..최진실의 동생, 전남편에 이은 베르테르 효과..우울증..신경안정제와 수면제..등등이 주로 나오는 단어들이다. 

 

그 애는 최진실 매니저 이었다. 최진실이 자살하는 날 마지막으로 운전하여 집에 데려다 주었고 당시 여러가지 경찰조사에도 불려가곤 했던 것 같다. 최진실의 어린 자식들도 그 애를 많이 따랐다고 한다. 그 뒤로는 또 모 연예인의 매니저 일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만두었다.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사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그 애 장례에 그 회사 소속 연예인이 찾아오고 직원들이 빈소를 지킨 것으로 보아 완전 인연을 끊은 것도 아닌 것 같다. 그 애는 다른 연예기획사를 차리려고 준비중이었다고 한다.

회사설립을 준비중이었던 사람이 자살이라니..아닌 것 같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자살은 아닌 것 같고 잠 못 이루는 일들로 인해 가지고 다니는 약을 과다복용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 애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 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환하게 웃어주던 자매님인데..

     

약 26년여전 나의 어린 아들이 큰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우리부부는 의지할 곳을 찾다가 성당에 다니게 되었고, 그 곳에서 알게되어 친구가 된 부부이다. 태어날 때 부터 아팠던 나의 아들은 결국 충주천주교회묘지에 갔는데 이제 친구아들도 그 곳으로 갔다.

내가 충주에서 생활할 당시 친구아들은 7~ 8살이었다. 친구와는 수시로 연락하고 간혹 만나며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친구는 과수원을 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어쩌다 얼굴을 보는 편이고 겨울에 주로 만났다. 올해 여름휴가때는 그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보냈다. 친구아들을 본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 된 것이다. 최근에 그 애한테 있었던 일을 듣고보니 결과가 그렇게 나올려고 그랬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발생 며칠전 이종사촌이 자살하였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던 사촌이었는데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아버지(그 애의 이모부)로부터 큰 꾸지람을 듣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였고..그 뒤치다꺼리를 친구아들이 도맡아서 했던 가 보다. 사촌의 장례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만 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날 술만 안 먹었어도..그냥 그렇게 허무하게 간 그 애가 불쌍하다. 친구부부에게는 마땅히 위로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필요해서 먼저 데려갔다고 여겨야 할 것 같다. 이제 어쩌겠는가.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친구에게는 잘 자란 딸이 있지 않은가. 그 애를 봐서라도 열심히 살기를 바랄 뿐이다. 친구부부가 힘내길 빌어본다.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말 미안해  (0) 2014.04.28
괜찮아  (0) 2013.12.13
시적표현(詩的表現)  (0) 2013.11.07
까마귀 소리에 심란함을 묻고  (0) 2013.09.25
약속  (0) 20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