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르신들과 2주일

헤스톤 2011. 3. 1. 00:36

 

 

 

 

 

 

   지난 2.15.부터 11박13일로 말레이시아에 갔다왔다. 집사람이 나의 퇴직기념(?)으로 약 2개월전에 신청해 놓은 여행이다. 한마디로 실컷 놀다왔다.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골프만 신나게 치고 왔다. 이렇게 요란하고 길게 퇴직기념을 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이젠 막을 내리는 모양이다.

 

   말레이시아 항공으로 6시간 넘게 걸려 쿠알라룸프르(KL)에 도착한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페낭공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려 목적지인 타이핑골프리조트에 도착하였다. 집에서는 새벽에 떠나 밤 10시넘어 도착하였다. 다음날부터 골프라운딩이 시작되었는데 총11일간 18홀 내지는 36홀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았으니 골프만 신나게 치고 온 셈이다. 섭씨 30도가 오르내리는 날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작대기를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논에 나가 일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날씨.. 그런 땡볕에 며느리들보고 콩밭 매라고 하면.. 할머니세대들은 인내심을 발휘했겠지만 지금 같으면 모두 보따리 쌋을 것이고 이혼사유이다. 

  

   첫 날 조인된 분은 팔십이 가까운 부부로 겨울엔 주로 따뜻한 나라에서 몇 달 보낸다고 한다. 남성분은 공군 장성 출신이고 대기업 임원을 하셨다고 한다. 자신의 큰 딸 나이가 집사람 나이와 비슷하다고 하는 데 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도 저 나이될 때 저렇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건강한 모습과 긍정적인 사고가 매우 좋았다. 그리고 저 분의 나이가 될 때쯤 아들부부와 휴가를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우리와 일정은 같지만 다른 일행으로 여성들만 온 몇 명(나이 상으로 남편들은 직장관계 등으로 오지 못한 것으로 보임)을 제외하고, 우리 일행이 38명이라고 하는 데 우리 부부보다 더 젊은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 곳에서 나는 완전 영계(?)다. 대개 60후반 내지는 70초반의 어르신들이 주축이다. 우리 일행이 38명이라고는 하나, 박형순팀이 나와 여성 5명인 탓에 나는 주로 여성들하고만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모두 집사람이 잘 알고 지내는 분들(집사람이 다니던 골프연습장의 언니들)로 나한테 너무 잘 해주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나의 퇴직기념이라고 누님들(여기서 할머니들이라고 하면 안될 것 같고 보기보다 너무 젊어 보여서..)이 내기에서 조금 잃어 주기도 하고 맛사지 비용을 주어 전신맛사지나 발 맛사지(맛사지는 약1시간 정도 소요되며 비용은 60링깃으로 약 24,000원 정도)도 여러번 받았다. 대신 골프채 운반 등 힘쓰는 일은 우리 부부 몫이었다.

 

   그 곳 골프장은 거리도 길고(Par 3를 대부분 드라이버나 우드로 티샷해야 함) 페어웨이도 넓으며 경치도 좋아 고급스러운 면도 있으나, 페어웨이 중간중간이 물렁물렁하여 공이 박히면 찾는 데 애를 먹는 경우도 종종 있고, 그린이 스폰지처럼 물컹거려 느린 편이라 처음에는 제 타수를 내기가 어려웠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곳에서도 하느님을 부르면 공이 똑바로 잘 날아갔다..ㅎ

   천국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동안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며칠 빼고는 거의 매일 저녁이 되면 비가 왔다. 비 오기전엔 정말 시원하다. 구름이 몰려오면 사이렌이 울린다. 비가와도 끝까지 라운딩하는 의지의 한국인도 있다.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아 운동이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주로 책을 벗삼았다. 집사람은 몇 번의 해외골프투어 경험이 있지만 난 처음이다. 그런 탓도 있어 티격태격도 하였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특히 수 많은 노부부들로부터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보기 좋았다. 

   그 곳은 여성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밥이나 설겆이를 할 필요도 없고 반찬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세탁도 다 해주니 골프나 열심히 치고 맛사지(맛사지사는 젊은 남성으로 왜 여성은 없는 지.. 나~원 참 재미없네..ㅋ)나 받으면 된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모두 귀국날자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한국이 좋은 모양이다. 한국이 좋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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