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3

悲慾(비욕) - 10

10. 승진의 그림자(2) 이렇게 싸우는 소리는 상무의 부속실에 있는 담당 비서 이혜진 계장의 귀로 쏙쏙 전달이 되었다. 이제 입사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혜진 계장은 듣기 민망하여 자리에 앉아있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어 안절부절못하였다. 이혜진 계장은 약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직원이었다. 당시 영업, 생산관리, 경리 등의 신입사원 20명을 뽑는데, 약 2,000이 지원했다. 입사지원자 중에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도 있었고,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스펙이 매우 좋은 지원자도 많이 있었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월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시골 대학 출신의 이혜진 계장이 뽑힌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외모..

장편소설 2023.06.25

悲慾(비욕) - 9

9. 승진의 그림자(1) 약 30년의 은행생활에서 오제원이라고 욕심이 없었겠는가. 임원도 되고 더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비굴과 거리가 먼 성품은 언제나 걸림돌이 되었다. 그보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남들의 어려운 사정을 앞세우는 자세는 언제나 마이너스로 작용하곤 했다. 그저 착하게 사는 것이 오제원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은행 생활의 마지막 점포에서 허방진 회장을 만나 (주)하나케이시에 입사하게 된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오제원은 회사에 이사대우로 입사하여 약 2년 후의 정기인사에서 '대우'자를 떼고 이사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날 무렵 상무로 승진을 하였다. 은행원 생활을 할 때와 다르게 때로는 착함을 비굴함으로 바꾼 덕택이다. 대개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생활하..

장편소설 2023.06.17

書體斷想(서체단상)

書體斷想(서체단상) 墨香起靑心(묵향기청심) 舊體潤懷深(구체윤회심) 難知書藝內(난지서예내) 得道何處尋(득도하처심) 먹의 향기가 푸른 마음을 일으켜 세우니 오래된 법칙이 깊은 그리움으로 젖누나 서예의 속은 정녕 알기 어려워라 이치를 깨닫는 것은 어디가서 찾으리오 侵운으로 심이란 글자인 "心, 深, 尋"을 韻目(운목)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墨香과 舊體, 難知와 得道를 對句로 했습니다. 당초 이 詩를 짓기 전에 머리속 그렸던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먹의 향기가 초심자를 서예의 길로 인도하니 書家들이 피땀흘려 세운 법칙에 젖어보고 또 젖어본다 그렇지만 서예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 것이 이리 어렵단 말인가 경지에 다다르고 싶은 갈증을 어디에 가서 해소할 수 있으려나 위의 자작시를 行書體(행서체)로 써 보았습니다.

나의 시 문장 202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