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입꼬리를 올리며

헤스톤 2022. 10. 9. 10:00

 

"세움에 대한 단상"이라는 나의 제 2 문집을 이러저러한 사람들에게 보내준 후, 내가 들은 칭찬은 북한산보다 더 높다. 책을 받아 본 친구나 지인들이 보내준 문자 혹은 전화는 나의 입꼬리를 사정없이 올라가게 했다. 

 

"제남 친구~ 친구가 이렇게 글에 소질이 있는지 몰랐네~ 정말 전율을 느끼면서 잘 읽었어~"

"지하철에서 작가님이 보내준 책을 읽다가 그만 내려야 할 곳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재미있게 쓰신 것입니까?"

"너무 팍팍 와 닿는 글들이 많아 감사 표시를 드리지 않을 수 없구려."

대개 이러한 내용들이지만, 나를 아주 오글거리게 하는 문자나 통화도 있다.

 

"소설 '바가지 꿈'은 창작의 진수를 보여주는군~ 노벨 문학상 감이네~"

"우리 박 작가의 글은 너무 재미있어서 눈도 아픈 내가 한 번에 다 읽게 되더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하니 말이야."

"이렇게 재미있는지도 모르고 지난 번에 보내준 제 1권은 그냥 방치했었는데, 이번에 제 1권도 단숨에 다 읽었네. 소설 '구멍난행로'는 너무 흥미진진해서 결국 밥도 굶어 버렸네."

"백수가 된 이후 내가 아침 드라마를 빠지지 않고 보는데, 그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있더군. 혹시 드라마 작가를 해달라고 섭외가 들어오면 사양하지 말고 꼭 한다고 하게. 지금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보다 친구 글이 더 재미있네."  

 

 

 

물론 대부분 인사치레로 하는 말들이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싫지가 않다. 싫은 것이 아니고, 민망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확실히 칭찬은 어린이나 고래만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대단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은 탓인지, 내가 정말 대단하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다시 겸손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하지만, 간혹 스스로에게 칭찬의 말을 해준다.

오래전 '금융연수원'에서 들은 인상학 강의 내용이지만, 입꼬리를 자주 올리면 말년 운이 좋아 진다는 것이다. 인상이 바뀌면 운명도 바뀐다. 그런 탓 등으로 간혹 나 자신에게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준다. 최근에 서예나 그림으로 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매일 꾸준히 글씨를 쓰면서 직장에도 간혹 나가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다.

 

솔직히 언제부터인지 매일 몇 줄이라도 끄적거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는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묻힐 까봐 끄적거리는 것이 아니다. 책도 남들이 내니까 나도 따라서 낸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발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나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무슨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내 안의 열을 발산시키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는 나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한다. 비록 큰 것은 아니지만, 조그맣게 꽃을 피웠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내 글이나 책을 누가 봐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관심을 갖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존재감없이 피고 지는 들국화처럼 스스로 꽃을 피웠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제 2 문집을 낸 후 내가 받은 감상문 중에서 나의 입꼬리를 올린 시간이 제일 길었던 L 兄의 글을 옮겨본다. 

 

글은 ‘그 사람 자신이고 글쓴 이의 인품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朴작가의 글을 읽으며 이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반짝이는 신선한 詩想과 주제, 그리고, 정제된 언어의 깊이 있는 표현도 압권이지만 詩와 隨想 등 모든 글에서 朴작가의 눈에 비친 모든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감동적이다. 책 단락마다 편집되어 있는 朴작가의 사진에서도 박 작가의 다정한 인품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세월의 무게와 고단함으로 처지기 마련인 입꼬리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다. 문학에 정진한 오랜 수양의 결과가 아닐까. 제 1 문집인 "기울어짐에 대한 단상"도 좋았지만, 이번에 읽은 "세움에 대한 단상"에서 또 다른 느낌을 받았네. 1 문집과 이번에 받은 2 문집을 번갈아 다시 읽으며 朴작가의 문학적 역량에 대하여 감동을 넘어 존경심이 느껴지네. 그 바쁜 은행업무 속에서 어떻게 문학적 소양을 쌓아 왔는지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군.

 

책 말미의 단편소설 <바가지 꿈>에 대한 小考

제 1집에 수록된 단편소설 <구멍난 행로>가 평범한 부부의 삶에서 인생의 부침과 길흉화복을 짧은 단편(장편같은 단편소설)속에 그려내어 내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는데, 이번 2집의 <바가지 꿈>은 색다른 장르 夢遊錄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다고 여겨지네. 大文豪 춘원 이광수의 <꿈>에 比肩되는.....

춘원의 <꿈>이 우리나라 몽유록 문학에서 큰 역할과 비중을 차지하는 <조신설화>의 내용과 골격을 유지하되 이야기 주인공 땡중 조신과 고을 태수의 딸 달례 외 많은 인물을 추가 설정하여 문학적으로 재창조하였다고 볼 때, 朴작가의 <바가지 꿈>은 순수 창작 夢遊錄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라네.

朴작가의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와 極사실적인 상황 묘사에 별중이의 박 깨지는 소리가 날 때까지 나도 소설 속의 꿈에 빠져있었다네.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의 이야기 전개에 감탄하며 혹시 지금 나도 나의 일상도 한바탕 꿈이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네. 글을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 소설에 취하여, 지금 이 순간 '나는 꿈속인가? 현실인가?'라는 강한 의심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원초적인 철학적 명제가 다시 머리를 들어 迷夢속을 헤매었다네. "아~ '나'를 '나'라고 부르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네. 은둔하고 사는 나에게까지 세심하게 챙겨 이런 귀한 책을 보내주어 다시 한번 감사하며 朴작가의 더 큰 문학적 성공과 만개를 기대하겠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라며 이만 두서없는 글 마치네.(청주에서 LHW)

 

이런 감상문(?)은 정말 글 쓰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솔직히 너무 좋다. 칭찬은 어린이뿐만 아니고, 늙은 사람도 기분좋게 한다. 입꼬리가 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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