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개꿈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헤스톤 2012. 10. 18. 21:33

 

 

 

이발을 하였다. 옆머리도 적정한 각도로 깔끔하게 잘랐다. 대개 이발을 하고 난 다음 맘에 드는 경우가 드물었는 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괜찮다. 역시 난 단정한 모습이 나에게 어울린다.

이제 면도를 하려고 의자를 뒤로 젖힌다. 그 때부터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의자를 젖힌 사람은 아줌마이었고 그 여자가 면도를 할 줄 알았는 데 남자가 긴 면도칼을 들이댄다. 먼저 이마와 미간을 쓱 밀더니 눈썹을 다듬는다면서 오른쪽 눈썹 일부를 잘라 먹었다. 실수했다고 미안해 하였지만 나의 기분이 팍 가라앉는다. 또 칼을 들이대다가 이번에는 왼쪽 눈썹 중간을 밀어버렸다. 기분이 엿 같았다. 죄송하다고 허리를 연신 굽신거렸지만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막 화를 냈다. 그러면서 잠이 깼다. 꿈이었다.  

 

나의 눈썹을 만져 보았다. 그냥 그대로이다. 화장실로 가 눈썹을 보았다. 옛날보다는 숱이 엷어졌지만 잘 붙어 있다. 개꿈이라는생각이 들었다. 개꿈이다.

 

 

개같은 꿈을 꾸고 이틀이 지났다. 어제(10. 17)이다. 

조간신문 사설과 칼럼을 이것저것 읽다보니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야 할 시간이 많이 지났다. 급한 마음으로 차의 시동을 걸고 달렸다. 바쁠 때 일수록 이상하게 앞과 옆에서 진행을 방해하는 차들이 계속 생긴다. 신호도 잘 바뀌지 않는다. 1차선에서 좌회전 깜박이등을 켜고 제일 앞에 서 있다가 신호가 바뀌자 말자 악셀을 밟았다.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에 있었는 지 갑자기 개가 달려 든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잽싸게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고 개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등에선 진땀이 흘렀다.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기로 하였다. 이틀전 꿈이 떠 오르면서 "개꿈이잖아.."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나의 출근거리는 약 35Km이고 시간으로는 평균 50분이 걸린다.

중간쯤 왔다고 여길즈음 앞에 가던 차의 창문밖으로 담배꽁초가 버려진다. 몰상식한 인간에게는 경고신호라도 보내야 될 것 같아 클랙슨을 울렸다. 이런 경우 어떤 차들은 알았다고 경고등을 켜 주거나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하는 데 이 차는 속도를 붙여 더 빠르게 달린다. 저 멀리 파란 신호등을 받으면서 질주한다. 그래서 나도 속력을 내며 클랙슨을 다시한번 크게 울렸다. 이 때였다. 

2차선으로 가던 큰 트럭(16톤으로 추정)이 갑자기 내 앞으로 끼어들더니 길이가 짧은 좌회선 차로쪽으로 머리를 박고 서 버리는 것이 아닌가. 트럭의 2/3는 좌회선차로, 1/3은 내가 가는 직진차로에 걸쳐있다. 신호등은 여전히 파랗다. 아찔하다.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밟으면서도 혹시 뒤에 따라오는 차가 내차를 박을 까봐 백 미러를 보며 조절하여 거의 트럭과 붙을 정도로 멈췄다. 진땀이 흘렀다. 뒷 차와의 충돌도 피했다. 트럭운전수에게 주의를 주고 싶었지만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출근이 바빴다. 나 혼자 주의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잘 해야 한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그냥 성호를 그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반대차선에서 장의차가 지나간다. 나는 장의차를 보면 습관적으로 화살기도와 함께 성호를 긋는다. 화살기도 내용은 대개 " 이제 모든 짐 내려 놓으시고 좋은 곳으로 가시어 평안하시길!"이다. 그래서 다시한번 성호를 그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사진들은 지난 10월초 태안에 갔을 때 식당과 숙소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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