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3

친절은 오인을 덮을 수 없다

고향의 지인들과 동대문 근처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였다. 4호선을 타려고 동대문역 개찰구를 막 들어가니 지하철 직원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가 과도하게 친절 제스처를 섞어 젊은 여자 두 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쪽으로 내려가서 4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 가야 됩니다."그는 어린 아이를 다루듯이 말한다."도으대무~ 운도우장  바향요?"좀 어눌한 한국어로 여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젊은 여자들은 일본인들이었고, 그녀들은 이 사람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그가 말한다"동대문 운동장은 여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야 되니 이쪽으로 내려가세요."그녀들의 태도로 보아 자기들이 방금 전에 올라온 쪽으로 다시 내려가라고 하니 갸우뚱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의 이야기 2024.07.31

悲慾(비욕) - 24

24. 3개의 솥발  신대홍이 하나케이시(주)의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회사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의 주제품인 FLDC(Flexible Light Drive Cable)에 대한 독점체체가 무너지면서 매출 및 이익규모가 줄어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매출금액만 놓고 볼 때, 하나케이시(주)는 일본 S사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이 두 업체가 독점하였었다. 약 5년 이상 독점을 하면서 떼돈을 벌었었는데, 신 사장이 부임하던 해부터 국내의 다른 업체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하나케이시(주)에게 큰 악재로 다가왔다. 제품 제조를 시작한 지 6년도 되지 않아 국내에 경쟁업체가 5개로 늘어났다. 그 뒤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제품..

장편소설 2024.07.10

친구들의 고운 마음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과 1박 2일로 칠순 여행을 다녀왔다.장소는 여수와 순천이었는데, 당초 나는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가 다른 일정과 겹쳐 빠지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몇몇으로부터 원망의 소리가 들렸다. 그런 와중에 여자 동창인 K로부터 전화가 왔다. "박 회장님! 회장님이 안 가면 나도 안 가. 어렵게 잡은 우리 칠순 여행에서 왜 빠지려고 하는 거야?""일정이 잘 맞질 않네. 정기적으로 모이는 문학 모임과 겹쳐 그러니 친구들끼리 잘 다녀와~""그런 게 어딨어. 왜 돈이 없어서 그래. 그럼 계약금 내가 대신 내줄게. 지금 박 회장 이름으로 10만 원 보낸다.""허~ 그러지 마. 그냥 일반 모임이 아니고, 내가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과 겹쳐서 그러니 이해해 줘~""무슨 소리야. 그럼 이 모임은 일반 모..

나의 이야기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