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좋은 글 공유

청둥오리의 노력

헤스톤 2012. 10. 23. 20:53

 

매주 월요일마다 금융연수원 동기 이기원(전 기술신보 이사)님이 보내주는 글과 사진들을 보며 한주가 시작된다. 꿈 전도사라고 하는 그가 보내주는 "서울타임즈"가 벌써 369호라고 하니 7년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오늘은 어제 보내준 글 중에서 하나를 옮겨본다. 주제는 "이 세상에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선 해 보지도 않고 이것저것 바라기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해 본다.

그리고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세상을 향해 두드려 보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바라는 현재 나의 자세를 반성한다. 운이란 놈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노력을 해야한다.

 

 

 

 

< 청둥오리의 노력 >

 

 

그는 이제 아침이 밝아오는 게 두렵다. 아침에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서도 그는 이제 어디 갈 곳도 없다.

직장을 가질 수 없게 된 이후 처음 한 달 동안은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어디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조그만 가게라도 하는 자영업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생각보다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허구한 날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도 없었다. 아직 아내와 아이들한테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않아 적어도 겉으로는 예전과 다름없이 아침출근이 되풀이되었다. 이제는 친한 친구를 만나 술이라도 한잔 하려고 해도 친구가 퇴근할 때까지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소월로 쪽으로 해서 남산 팔각정까지 걸어서 올라가 보기도 하고, 독일문화원이나 일본문화원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해보았으나 이제는 그럴 수도 없었다.

전철을 타고 수원이나 안산이나 오이도 쪽으로 나가 들판을 걸어보는 일도 이제는 지겨웠다. 오직 가슴에 쌓이는 것은 세상에 대한 피로감과 절망감과 흐르는 시간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종로거리를 걷다가 종묘로 해서 창경궁으로 가게 되었다.

겨울날치고는 햇살이 참 따스한 날이어서 그런지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까치 소리마저 반갑고 푸근했다. 그는 임금이 용상에 앉아 정사를 보던 명정전과 숭문당 등을 천천히 둘러보고 식물원으로 가 난 향기를 흠뻑 들어마셨다. 그리고 춘당지라는 이름의 연못가 바위 한쪽에 걸터앉아 물끄러미 연못을 쳐다보았다. 물 위에는 청둥오리 몇 마리가 고요히 떠 있거나 이리저리 물결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저 청둥오리들이 이제 텃새가 다 되었어요. 아예 오리농장에서 수 백마리씩 키우기도 하지요."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언뜻 눈치로 보아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내인 듯 싶었다.

"아,네에. 철새가 텃새가 되기도 하는군요."

그는 사내가 민망해할까 봐 입을 열었다. 그러자 사내가 혼잣말하듯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 녀석들, 아주 평화로워 보이죠?"

"그렇군요. 아주 평화롭고 유유자적, 우리 인간들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군요."

그가 대꾸를 하자 사내가 말을 이어갔다.

"언뜻 보기엔 청둥오리가 물위에 아주 쉽게 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물밑에서는 양다리를 필사적으로 놀리면서 헤엄을 치고 있어요. 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가슴이 답답할 때 저 녀석의 저런 모습을 보러 가끔 여기에 옵니다. 저 녀석을 보면서 이 세상에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닫곤 하지요. 청둥오리가 물위에 우아하게 떠 있다는 것과 전력을 다해 물을 헤쳐나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사실이면서도 동시에 두 가지 사실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늘 한 가지 사실만 보고 부러워한답니다. 저 녀석이 물에 떠 있기 위하여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는 사내의 말에 뭐라고 대꾸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나도 열심히 포기하지 말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울지 말고 꽃을 보라> 중에서 -

 

 

살다보면 재미있고 쉬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면 즐겁고 신나는 일도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오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