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순응 제남 박 형 순 올 것이 온 것뿐이다 진작부터 이럴 줄 알았다 푸르디푸른 탱탱한 잎으로 햇빛이 오면 빗방울을 튕기면서 깔깔거릴 때는 몰랐지만 새들의 날갯짓에도 무게가 느껴졌다 한때는 폭풍도 간지러웠지만 이젠 솔바람도 아프다 높은 구름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매시간마다 쉼표를 찍어보지만 놀란 노루 도망가듯이 가을은 가고 노란 옷, 빨간 옷으로 갈아입으니 가지를 붙들고 있는 자체가 힘들다 성질 급한 애들은 이미 떠난 그 길 결국엔 뒤따라 가겠지 누구는 햇살에 기대 좀 더 버티겠지만 결국엔 뒤따라 가겠지 그러면 어떤 이는 아름답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애달프다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겠지 갈 때 가더라도 지금까지 이렇게 이렇게 지내온 것에 고마움을 뿌리자 올 것이 온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