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悲慾(비욕) - 22

헤스톤 2024. 4. 25. 07:57

 

22. 텐프로

 

 

손천식 고문이 전해준 신대홍 사장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오 이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연결해 주며 흥미를 주었다. 신대홍은 이미 회사에서 해고된 상태이지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직도 회사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대홍이 전에 다녔던 원테크(주)에서 있었던 사건부터 하나케이시(주)에 와서 있었던 불륜 등은 마치 연애 소설처럼 흥미진진하였다.

  

신 사장의 이력이 화려하다는 것은 하나케이시(주) 직원들 모두가 시기하면서도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선 그가 미국의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출신으로 동 학교의 경영학 박사라는 간판 만으로도 많은 직원들은 경외감을 가졌다. 미국 유학을 마친 후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대기업인 원테크(주)에 입사하였다는 것은 약간 의외이긴 하였지만, 그는 그곳에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COO(Chief Operating Officer)까지 고속으로 올라갔다. 고속 승진을 한 이유는 그의 간판이 좋았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그가 제출한 많은 아이디어들이 대부분 매출로 이어졌고, 생산 공정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여하튼 회사에 대한 높은 기여도로 인하여 원테크(주)에서 그의 지위가 확고해지면서 회사 기업주인 이규설 회장의 신임도 매우 두터워졌다. 다른 표현으로는 신임도가 두터워지면서 그의 지위가 확고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은 양이 있으면 음도 있듯이 이규설 회장의 아끼는 마음이 두터워지면서 그의 건방짐도 올라갔다. 그러다가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만 것이다.

 

당시 이규설 회장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여자들과의 염문은 연예지를 도배하곤 했다. 그런데 그는 계속 새로운 여자를 만나도 갈증이 멈추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눴으면서도 계속 더 젊고 더 예쁜 여자에 대한 갈증으로 그는 당시에 존재하였던 소위  '텐프로'라는 곳을 드나들었다. 이때 주로 동반자가 되어 상대가 되어주는 이가 바로 신대홍이었다. 비록 술집이라는 장소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회사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고 그 외 잡다한 이야기도 나누며 둘 사이의 긴밀도는 점점 쌓여갔다. 당시 그들이 가는 '텐프로'라고 하는 곳과 관련하여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는지에 대하여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유흥업소 여성 중 상위 10%인 아가씨들이 있어서 텐프로라고 하는 설과 매니저의 수수료가 10%라서 텐프로라는 설이 있는데, 아마 후자가 정설이 아닌가 한다. 즉, 후자는 수입 중 매니저가 10%밖에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여기에서 이름의 유래가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전자도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유흥업소에서 어떤 도우미 여성이 벌어들인 수입은 당사자와 매니저가 나눠갖게 되는데, 어떤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 다는 것은 그 세계의 불문울이었다. 당연히 도우미 여성의 공헌도가 높을수록 매니저가 갖는 비중은 적어진다. 많게는 매니저가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10%라고 하는 것은 그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도우미의 수준이 출중한 업소라는 뜻이다. 따라서 도우미 수준이 상위 수준 10%라는 말에서 '텐프로'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는 것도 완전 틀린 말이라고 하기는 그렇다.

 

정설 여부와 관계없이 그곳 도우미들의 외모는 다들 상위 수준이다. 얼굴 성형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미모가 연예인 수준이 아니면 면접 자체를 통과할 수가 없다. 그리고  모두가 고 학력 소유자이고, 대단한 교양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그런 이미지를 조장해서 보통의 술집보다 비싸게 받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더 나아가 황진이 급이라고 해도 기생은 기생이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직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면접에서 키나 외모를 보는 것은 맞지만, 학력이 기준이 되는 경우는 없음에도 박사 학위를 받은 도우미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과장된 말이라고 본다. 즉, 많은 부분은 미화되었다고 본다.

 

물론 면접을 볼 때 단순히 외모만 중요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도로 손님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은 필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공식적으로 2차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오히려 비공식이 공식을 압도한다. 보통 텐프로 아가씨들과 재력 있는 스폰서를 연결해주는 스폰서 사무실도 존재하며, 손님과 도우미로 만나 자연스럽게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특히 이규설 회장 같은 사람이 그곳에 가면 매니저들이 도우미 선정에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여하튼 이곳에서 이규설 회장은 모 매니저가 신경을 써준 탓으로 "로즈 심"으로 통하는 "심규리"라는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갓 20을 넘겼고, 모 대학의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영어에 능통해서 외국인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었음은 물론이고,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탓인지 시적 표현의 대화도 가능하였다. 심규리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 회장은 그녀에게 푹 빠져 들면서 자연스럽게 스폰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심규리는 이 회장의 또 다른 여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신대홍이 심규리를 보는 눈이 끈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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