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41

비겁에 대하여

나는 오래전부터 "悲慾(비욕)"이라는 제목으로 장편 소설 하나를 쓰고 있다. 은행을 퇴직한 후, 2011년 초부터 2019년 초까지 어느 전자부품 제조업체를 다녔는데, 그 기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약 8년이란 기간에서 퇴직과 재입사를 몇 번 반복하여 중간에 다니지 않은 기간은 약 1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감안할 때 그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은 약 7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실 그 회사가 2015년 가을에 부실화되어 관리업체가 되었고, 2016년 가을 이후에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출근하였기 때문에 소설의 바탕이 되는 기간은 2011년 초부터 약 4년간의 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기간 동안에 회사가 어떤 사유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어떻게 도산되었는가에 대하..

나의 이야기 2024.03.31

아직도 냉전중

아직도 냉전 중 내가 결혼한 지 어느덧 39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나의 결혼 39주년 기념일은 그야말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나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날로 화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결혼기념일을 4쌍의 부부들이 모이는 ME( marriage encounter, 성당 관련 부부모임) 일자로 잡은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왕 모이기로 약속한 날이기에 모임 장소인 '삼각지역'으로 갔다. 예전에 한 번이라도 지나친 적은 있었겠지만, 주변 풍경으로 볼 때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당초 목적지로 삼았던 "용리단길"은 MZ 세대들에겐 인기가 있는 곳인지 몰라도, 나 자신이 젊지 못한 탓인지 눈여겨 볼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어 근처 삼계탕 집에서 닭볶음..

나의 이야기 2024.03.14

오늘도 늙는다

1년 중 맑은 날은 얼마나 될까? 아침에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헤아려보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는 않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 호수는 북한산 중턱 높이에 남동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날씨만 맑다면 집에서 매일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뜨는 광경을 보는 날이 많지는 않다. 우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물론이고,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가 낀 날엔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날씨와 관계없이 기상 시간이 일출 시간보다 늦는 날들이 많기 때문에 年中(연중) 해 뜨는 광경을 실제로 보는 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중 해 뜨는 광경을 보는 날이 1/3 이하라는 것은 어쩜 평범한 날이..

나의 이야기 2024.03.02

리더라는 마음으로

내가 사는 아파트에 상가가 있는데, 그 상가는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그 상가를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가의 엘리베이터는 자주 이용한다. 아파트 자체가 지대가 높은 곳에 지어진 탓으로 아파트 각 동의 1층이 대개 상가의 꼭대기 층에 해당하고,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운행한다. 따라서 대중교통 이용 시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전철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게 된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나와 비슷하다. 따라서 출근 시에는 그 엘리베이터의 4층에서 타고 1층에서 내려 지하철로 가고, 퇴근 시는 반대로 1층에서 타고 4층에서 내려 집으로 향한다. 이 경우 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목격하는 것이지만, 먼저 타고서도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들을 본다...

나의 이야기 2024.02.11

서예 초대작가

2024. 1. 20.(토)은 나의 인생사에서 어쩌면 특별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약 10년전(2013. 12. 14) 시(詩)부문으로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날처럼 말이다. '한국서예`미술 진흥협회'로부터 "초대작가인정장(招待作家認定狀)"을 받았다. 동 협회가 주최하는 공모전에 3년간 작품을 출품한 결과 소정 점수(초대작가 12점)를 초과하였다. 첫해(2021년)에 특선과 입선으로 3점, 두번째해(2022년)엔 삼체장으로 5점(특선 포함), 세번째해(2023년)도 삼체장으로 6점(장려상 포함)을 취득하여 14점으로 초대작가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서예가 아니라도 나는 이미 시, 수필, 소설 등으로 작가라고 불리고 있는데, 타이틀 하나를 더 받은 셈이다. 사실 이런 타이틀이 무슨 소용있느냐는 생각도 들..

나의 이야기 2024.01.21

겨울 단상

겨울은 춥다. 춥기 때문에 겨울이다. 낮엔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도 아침 기온이 영하가 아니라면 겨울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올 겨울은 눈도 제법 내렸다. 겨울 하면 우선 눈부터 생각나는 것은 다른 계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도 많지만, 눈꽃의 풍경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이는 없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겨울은 확실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없는 자에겐 매우 힘든 계절이다. 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동네 어른한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여름에 더워서 죽는 사람은 없어도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젠 여름에 전력소모량이 더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대개 시골에서 더우면 그늘에서 쉰다거나 다리 밑의 바람 부는 곳으로 가서 더위를 ..

나의 이야기 2024.01.13

어디로 갔을까?

없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濟男學校(제남학교) 인장이 안 보인다. 그 인장은 언제나 책장 아래에 붙어있는 서랍에 놓아두었었다. 그런데 그곳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없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 매우 중요한 귀중품이라고 종이에 잘 싸서 별도의 서류 가방에 따로 담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류 가방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가 없다. 잘 보관한다고 별도로 취급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무리 온 집안을 뒤져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누가 종이뭉치 쓰레기라고 버렸는지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착각 속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잘못이다. 나의 큰 잘못이다. 이 도장은 어차피 내가 주인도 아니기 때문..

나의 이야기 2023.12.23

山客(산객)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칠언절구 漢詩(한시) 한수를 써 보았습니다. 제목은 山客 (산객 - 산속 나그네)으로 涵月 海源 (함월 해원) 스님이 지은 시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山梅落盡野花飛 (산매낙진야화비) 산에 매화꽃 지고 들꽃도 지니 谷口春殘客到稀 (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에 봄기운은 사라지고 사람발길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 (요망천봉홍수리) 멀리 산봉우리 붉은 숲 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오네. 위 시의 시심에 앞서 형식에 대해 아는 체를 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韻은 微 운목에 飛, 稀, 歸 운을 사용하였습니다. 起句의 2번자인 梅가 평성이므로 平起式(평기식) 칠언절구라고 하겠습니다. 첫째 구를 보면 山과 梅는 평성, 落은 입성, 盡은 상성..

나의 이야기 2023.12.14

詩(시)와 書藝(서예)

나는 올해도 "한국서예,미술진흥협회"로부터 서예로 상을 받았다. 이제 그곳에서 3년 연속이다. 2021년에 특선(예서)과 입선(행서), 2022년에 삼체상(예서-특선, 해서-입선, 행서-입선), 그리고 올해(2023년)도 삼체상(추사체-장려상, 행서-입선, 예서-입선)을 받음으로써 2021년 3점, 2021년 5점, 2023년 6점을 획득하여 합계 14점으로 12점 이상에게 주어지는 '초대작가' 자격증도 갖게 되었다. 추사체는 솔직히 이제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장려상"이라는 상을 주는 바람에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精進(정진)하려고 한다. 위의 글은 蓮坡(연파)선생의 戒子垂箴(계자수잠)에 있는 글이다. 한글로는 "충린인 구환난 제상애 서관용 기불욕 의물선"으로 뜻을 풀이하면 "..

나의 이야기 2023.12.04

능력의 차이와 운명

한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띄어쓰기는 물론이고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자를 보면, 그렇게 글씨를 쓴 사람이 우습게 보였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노라면 맞춤법을 엉망으로 쓴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 글들은 지금도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물론 남의 글을 퍼 나른 글보다는 관심을 갖고 읽게 되지만, 그 사람이 쓴 내용에 앞서 그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였다. 당연히 신세대의 줄임말이나 재미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는 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무슨 내용의 글을 어떻게 잘 썼느냐를 판단하기에 앞서 맞춤법에 맞지 않는 글을 읽노라면 피자를 김칫국물에 찍어먹는 기분이다. 맞춤법뿐만 아니라 오자나 탈자를 보내는 사람에 대하여도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 202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