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리더라는 마음으로

헤스톤 2024. 2. 11. 16:18

 

 

내가 사는 아파트에 상가가 있는데, 그 상가는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그 상가를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가의 엘리베이터는 자주 이용한다. 아파트 자체가 지대가 높은 곳에 지어진 탓으로 아파트 각 동의 1층이 대개 상가의 꼭대기 층에 해당하고,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운행한다. 따라서 대중교통 이용 시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전철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게 된다.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나와 비슷하다. 따라서 출근 시에는 그 엘리베이터의 4층에서 타고 1층에서 내려 지하철로 가고, 퇴근 시는 반대로 1층에서 타고 4층에서 내려 집으로 향한다.

이 경우 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목격하는 것이지만, 먼저 타고서도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들을 본다. 4층에서 탈 때는 당연히 거의 전부 1층으로 가는 자들이고, 1층에서 탈 때는 대부분 4층으로 가는 자들이기 때문에 '내가 안 눌러도 누군가 누르겠지' 하면서 자신의 손가락 움직이는 것을 아끼는 이들이다. 참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편함을 선택하려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특히 젊을수록 더 그런 경우를 본다. 어린이들은 또 다르다. 그들은 서로 누르려고 하지만, 중, 고교 학생부터 달라지는 듯하다. 정확하게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약 3년 동안 관찰한 결과이다. 공동을 위한 것에 이렇게 인색한 이들이 많다는 것에 비애감이 들곤 한다. 내가 안 해도 당연히 남이 해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못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경전철 이용후 성신여대 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탈 때의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다. 대개 먼저 타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먼저 타면서도 층의 버튼을 누르는 것엔 아예 관심도 안 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내가 안 해도 누가 당연히 하겠지"하는 생각을 가진 이들로 프리라이더가 습관화된 사람들이다. 

솔직히 이런 경우를 보면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것으로 상처받으면 결국 상처받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 기분 나쁘게 한 그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들은 걱정 마라'는 식으로 언제나 솔선수범한다. 사회적 리더는 이런 것부터 달라야 된다고 본다. 나는 언제, 어느 곳에 있던지 지도자(指導者)이고, 리더(leader)라고 여기면 한결 편해진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여 일상생활에서 리더라고 마음을 먹으면 몸가짐부터 달라진다. 물론 나는 학교 동창의 누구누구처럼 장, 차관 등의 고위직에 있지도 않았고, 사회 지도층에 있지도 않았다. 나는 부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며,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나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며 행동하자고 다짐한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들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삶이 나의 삶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삶이 나의 삶이라고 여기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어제는 삼양역에서 경전철을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먼저 탄 아주머니 두 분이 말을 나눈다.

"이곳에서 타면 북한산보국문 갑니까?"

"보국문요? 잘 못 타신 것 같습니다. 그곳으로 가려면 반대 편에서 타야 하는데."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나로써는 대답을 해준 아주머니가 틀리게 말했다는 것을 알기에 정정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요. 맞습니다. 이곳에서 타시면 됩니다."

그랬더니 대답을 했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전철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자신이 잘 못 말했음을 시인하였고, 나는 그럴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질문을 한 아주머니에게 약간의 친절을 섞었다. 

"내가 솔샘역에서 내리니, 그 다음 역에서 내리시면 되겠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을 들은 아주머니는 당황스럽게 자신도 솔샘역에서 내리겠다고 한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면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더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같으면 1번 출구를 이용하는데, 그 아주머니에게 버스 정류장을 알려주려고  2번 출구로 나와서 약 70m 위에 있는 정류장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전광판의 안내문을 보며 아주머니가 기다리는 버스는 약 2분 있으면 도착하니 잘 타고 가시라고 하였다.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으로 보답을 해야 할지~"

"별말씀을요. 저야 어차피 제 집으로 가는 길인 걸요."

나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날로 새롭게 하고, 날로 날로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중국 은나라 탕임금이 목욕탕 그릇에 새겨 놓았던 글이라고 하는데, 탕임금은 목욕을 할 때마다 "日新 日日新 又日新"을 음미하였다고 한다. 

자신을 새롭게 하여 지난 시절보다 더 품위를 높이고, 이 사회 구성원들의 모범이 되리라고 다짐해 본다. 무엇보다 약간의 수고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어찌 보면 솔선수범이나 베풂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나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층수를 누르려고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내가 누르겠다. 갈 길을 모르는 자들은 나에게 물어보라. 인터넷을 조회해서라도 친절 한 숟가락을 섞어 길을 가르쳐 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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