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해진 세상
지난 9월 말에 있었던 백내장 및 수정체 삽입수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열해 본다.

세상이 환하다. 이렇게 잘 볼 수 있는 것을 너무 오래 참았다.
동네 안과에 가면 "백내장이 진행 중이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닙니다."라는 말만 믿고 지내온 세월이 야속하다. 진작 수술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눈 자체의 문제로 교정시력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 말만 듣고 약 10 년을 지내왔다. 안경점에 가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동네 안과에 가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하여 나의 오른쪽 눈이 바보가 된 줄 알았다.
사실 난 오른쪽 눈이 주시(主視)였다. 중학생 시절 오른쪽 시력은 1.5, 왼쪽 시력은 0.4이었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양쪽 눈 시력 모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왼쪽보다는 오른쪽 시력이 훨씬 좋았다. 심한 짝눈의 상태로 약 40년 가까이 지냈다. 따라서 왼쪽의 안경 두께는 항상 오른쪽보다 두꺼웠다. 그런데 은행 퇴직 후 서서히 양쪽 시력이 역전되는 것이었다.
그 원인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나는 그 이유를 치아에서 찾았다. 은행 퇴직 약 1년 전 오른쪽 제일 안쪽의 어금니를 빼게 되었는데, 그곳에 임플란트를 하지 않고 지낸 것이었다. 그로 인해 음식 씹는 것을 주로 왼쪽으로 하게 됨으로써 그것이 눈에도 영향을 미쳐 왼쪽의 시력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금 나아지는데 반해 오른쪽 시력이 계속 악화되었다고 본 것이다. 안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는데, 난 지금도 치아 상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다. 사람의 신체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씹지 않게 되면 자연 그와 연결된 신체 어느 부분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른쪽은 결국 안경으로는 정상 시력이 나올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으로 왼쪽은 교정시력이 0.8 정도가 되어 버텨온 시간이었다. 따라서 먼 거리는 거의 왼쪽으로만 보면서 지내왔다. 오른쪽은 아무리 도수를 높여도 0.2~0.3 정도에 머물렀고, 주변이 뿌옇게 보이며 사물이 몇 줄로 보였다. 특히 최근엔 더 나빠진 듯하고 시력도 더 떨어졌다. 그래서 오른쪽 눈은 완전 바보가 된 줄 알았다. 다만 시간을 내어 대학 종합병원에 가보아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
집사람이 지난 9월 중순경 강남의 C안과에서 백내장 및 수정체 삽입 수술을 하고 왔다. 수술 후 결과에 대하여 너무 좋아한다. 나도 하라고 권유를 하며 예약을 해주어 같은 병원에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9.29.과 9.30. 강남에 있는 C안과에서 백내장 및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하였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 예상보다 의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물론 나의 선택으로 왼쪽 눈의 경우 근거리도 잘 볼 수 있도록 렌즈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른쪽은 집사람과 같이 중장거리용으로 한쪽에 120만 원이 들어갔지만, 왼쪽은 근거리도 잘 볼 수 있도록 300만 원짜리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이 후회가 된다. 솔직히 가성비로 볼 때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왼쪽의 경우 비용은 오른쪽에 비해 2.5배나 더 들어갔는데, 보이는 만족도는 높지 않다. 일단 멀리 보이는 것이 오른쪽보다도 떨어진다. 가까이 보이는 것도 약간 더 잘 보일 뿐이다. 그런데 만약 왼쪽도 오른쪽과 똑같이 했다면 또 후회했을 것이다. 가까운 것을 한쪽이라도 잘 보이게 하지 않았다고 후회했을 것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일단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로 위안을 삼는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안경을 썼으니 50년 이상을 안경 쓰며 지내온 탓으로 아직도 자꾸만 손이 눈으로 간다. 샤워를 하러 들어가거나 잠을 자러 침대로 가기 전에 안경을 벗으려고 자연 손이 눈으로 간다. 그리고 가까운 것을 보려면 안경을 벗던 습관 탓으로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려면 또 눈으로 손이 간다.
수술 후 만족도는 높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는 오히려 수술 전보다 못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글씨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기 때문에 그런대로 만족한다. 당연 종합적으로 볼 때는 세상이 환해져서 너무 좋다. 눈 보호를 위해 약 한 달 이상 선글라스를 사용했다.
안경을 벗고 다니다 보니 내가 생각해도 나의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 누구는 젊어졌다고 하고, 또 누구는 안경 쓰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안경 없이 사는 세상은 안경 쓰고 사는 세상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상이 밝게 보이니 너무 좋다. 잘 보인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기회에 사물을 보는 시력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의 시력도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