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마지막 달에서 거리를 보니 낙엽들이 열한 달을 쓸어버리고 사라진 풍경이다. 나무에 어린잎으로 매달려 초록으로 살다가 대부분 고운 빛깔을 보인 후 뒤처리를 남긴 채 가버린다. 잎 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가지가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나무와 나뭇잎은 한동안 붙어살다 이렇게 헤어졌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정이란 무엇이고 인연의 끝에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그 냉기가 뼛속으로 스미며 어린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라도 안 보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붙어 다녔었는데, 성년이 된 이후 점점 소원해지더니 연락도 끊고 산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친구의 모습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들락거린다. 겨울로 접어들면 지난 간 모든 것들이 그저 오랜 이야기가 되고 시가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