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문장

悲景殘像(비경잔상)

헤스톤 2022. 11. 28. 09:10

 

 

 

 

내 나이 이십 중반,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후 남은 학창 시절을 보낼 때였다.

당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듬성듬성 가깝게 지냈던 또래의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나의 소설 "구멍난 행로"에 등장하는 "선자"~

육군본부가 신도안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절, "龍華寺(용화사)"라는 절이 있었다.

용화사 산책길을 늦가을에 함께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밟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에 뺨을 맞기도 하면서 걸었다.

지금 당시 풍경이 아른거리며 젊은 날 기억의 고샅길 향기가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절도 가고 젊음도 가고 사람도 갔다.

이제 40년 이상이 흘렀고, 그 뒤 "선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11월만큼 그 시절은 너무 짧게 지나갔다.

풋풋하던 시절의 가을날이 지금 왜 이렇게 슬프게 다가오는 것일까?

 

 

 

悲景殘像(비경잔상)

 

紅葉散美唱別歌(홍엽산미창별가)

寒風捕過悲相思(한풍포과비상사)

共步道間頻頻淚(공보도간빈빈루)

若年不知隱鮮姿(약년부지은선자)

 

 

지워지지 않는 슬픈 풍경

 

붉은 잎이 아름다움을 뿌리며 이별노래를 부르고

차가운 바람이 과거를 붙잡으니 상사(마음에 두었던 사람의 생각)로 슬프구나

함께 걸었던 길 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젊은 시절엔 알지 못했다~ 드러내지 않았던 선자(고운 모습)를~

 

 

당시 풍경을 그리며 칠언절구 漢詩(한시)를 지었다.

누구는 이를 戀詩(연시)라고 할지 모른다. 부정하지 않겠다.

집사람과 만나기 훨씬 이전의 일로 집사람도 이해하리라고 본다.

칠언절구 한시에서 제일 중요한  1,2,4연의 운을 歌, 思, 姿로 맞췄다.

시를 지을 때 대개 그렇듯이 이 시에서는 고운 모습(선자)을 주제로 먼저 떠올리며

제일 마지막 결구로 삼았다.

1연과 2연의 홍엽과 한풍을 對句로, 산미와 포과, 그리고 별가와 상사를 對句(대구)로 하였다.

3연과 4연도 마찬가지다.  특히 빈빈루와 은선자를 읊으며 나 자신 좋은 표현이라고 감동한다.

그리고 2연과 4연 마지막 단어로 상사와 선자를 연상시킨 것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나 스스로 이 詩(시)에 크게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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