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예 횡설수설(4)

헤스톤 2022. 10. 30. 21:00

 

(4) 行書(행서)

 

행서는 해서와 초서의 중간적인 서체로 해서를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글자를 쓰기 위해 등장했다. 해서에서 여러가지 종류를 말한 것처럼 행서의 종류도 다양하다. 행서의 종류로는 행압서(行押書)·진행(眞行)·행해(行楷)·초행(草行)·행초(行草)·소행초(小行草)·반초행서(半草行書)·선서(扇書) 등이 있다.

행압서란 행서의 초기 명칭이며, 진행은 진서에 가깝게 하되 흘린 것으로 해행(楷行) 또는 행해라고도 한다. 행해는 해서이면서 행서에 가까운 것을 말하며, 초행은 초서에 가까운 행서로 행초라고도 한다. 소행초는 글자가 작은 행초이며, 반초행서는 초도 아니고 행도 아닌 중간적 서체이며 선서 역시 반초행서식의 서체이다. 이와 같이 행서는 해서·초서와 함께 쓰기도 하며 나아가 해·행·초 3체를 다 섞어 쓰는 등 서체 가운데 가장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飛龍이라고 행서로 쓴 나의 작품)

 

행서는 후한초의 유덕승(劉德昇)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진대(晉代)의 위항(衛恒)은 위(魏)나라의 종요(鍾繇)와 호소(胡昭)가 유덕승에게서 배워 행서를 썼다고 하는데 종요삼체(鍾繇三體) 가운데 하나가 행압서, 즉 행서이며 이것은 동진의 왕희지(王羲之)·왕헌지(王獻之) 부자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즉 역사적으로 볼 때 행서는 후한에서 삼국시대의 위나라에 이르는 동안 서체로서 인정받기 시작하여 동진의 왕희지 부자에 이르러 완성되었으며, 이후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체가 되었다.

즉, 해서는 필기 시간면에서 비효율적이고, 초서는 해독에 어려움이 있기에,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인 행서가 일반인들의 필기체로 널리 쓰게 된 것이다. 서예 전시회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붓놀림을 연상하며 행서체의 작품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행서는 해서와 같이 섞어 쓰기도 하고, 초서와 함께 쓰기도 하는데, 그 조화와 변화를 적절히 구사하면 뛰어난 작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역대의 書家(서가- 글씨를 잘 써 경지에 오른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다른 서체보다 더 사랑하였다고 본다. 

 

 

(나의 자작시 竹中顧品을 행서로 쓴 작품)

 

(5) 草書(초서)

 

초서(草書)는 행서를 속사하기 위해 짜임새와 필획을 생략하여 곡선 위주로 흘려 쓰는 서체이다. 넓은 의미로는 자체(字體)를 간략하고 빠르게 쓴 초체(草體)를 가리킨다. 초체는 문자를 빠르게 서사(書寫)한 것으로 전서의 경우는 전초(篆草), 예서의 경우는 예초(隸草)라 하며 중국 장사[長沙]의 묘에서 출토된 죽간(竹簡)과 서북지방 출토의 목간 등에서 대전 및 한례(漢隷)의 초서가 보인다.

후한말의 서체인 금초는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초서로 왕희지·왕헌지 부자가 완성했다. 狂草(광초)는 당나라 장욱이 시작한 것으로 전통적인 초서 필법에서 벗어나 극도로 자유분방하게 쓴 것이다. 서예사적으로 문자가 실용적 성격에서 예술영역에 도달하는 데 교량 역할을 한 것으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국에서처럼 초서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근래에는 한자와 한문을 이해하는 계층이 엷어짐에 따라 해독에 어려운 단점이 있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중국 湯雅旋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작품을 찍은 것임)
 

이상 전,예,해,행,초의 오체에서 각 시대의 서체 변화를 살펴보았다. 서체 변화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번잡에서 간편으로, 완만에서 신속으로 변화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옛 글자는 대부분 필획이 복잡하였으나 후대로 내려올수록 간단하여졌다. 초서도 이런 의미에서 생겼으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자와 거리가 먼 세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탓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초서의 작품보다는 행서와 섞어 쓴 작품들을 많이 볼 수있다. 

 

* 서체와 관련하여 나 나름대로 알기쉽게 쓴다고 썼지만, 어쩔수없이 나열되는 서예관련 전문용어들을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 수 있을까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이점 참조하여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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